언론보도
[데일리스포츠한국] 가짜뉴스 대책, 좋은 뉴스 노출부터
2023-05-03
「대한민국헌법」 제21조 ①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③ 통신·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④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위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다. 표현의 자유는 천부권적 기본권에 해당하며,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축이다. 언론의 자유에는 언론기관 설립 및 운영의 자유, 검열로부터의 자유 등이 포함된다. 언론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배상 청구도 명시돼 있다. 이 헌법 조항은 각종 언론관계법의 기반이 되고, 언론관련기관 설립의 철학적 근거기도 하다.
페이크뉴스(fake news), 최근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말할 때 자주 함께 언급되는 단어다. 흔히 가짜뉴스로 번역돼 사용되는 이 용어는 등장과 함께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구별 짓기 어려운 현실에서 현상으로서 가짜뉴스는 각종 제재 및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미 척결이라는 결론이 난 현상이기도 하다. 원칙적으로 가짜뉴스 척결에 대해 반대하는 시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 고민하고 염려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여럿 있다.
페이크뉴스를 개념화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다. 우리 정부는 의미가 불분명한 가짜뉴스를 대신해 허위조작정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좁은 의미로 페이크뉴스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양 조작한 뉴스다. 뉴스의 형식을 빌린다는 점에서 언론의 권위를 악용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가짜뉴스는 정치인과 그 주변인이 정말 애용하는 수사다. 해당 내용이 사실이든 아니든 싸잡아 가짜뉴스라고 말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는 모두 가짜뉴스라고 부른다. 정치 입장이 다른 쪽에서 내놓는 정보 역시 이들에겐 가짜뉴스다. 이처럼 정치 영역에서 가짜뉴스라는 용어는 매우 정파적으로 사용된다.
이제 정치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영역에서도 가짜뉴스는 일반어가 돼 버렸다. 대부분 시민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가짜뉴스가 삽시간에 확산되는 것을 경험한다. 가짜뉴스 피해자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거짓이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짜뉴스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용례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일상으로 사용되는 가짜뉴스는 기레기 담론을 폭발시킨다. 고의성이 없는 오보, 전체 맥락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일부 검증이 아쉬운 보도 등도 가짜뉴스로 일컬어지며 언론을 조롱하고 언론 무용론을 피력하는 논거가 되고 있다.
최근 정치권 등은 가짜뉴스를 다시 강조하면서 구체적 제재 및 규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가짜뉴스신고상담센터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들린다. 가짜뉴스로 인해 시민이 겪고 있는 고통과 혼란, 사회적 비용 등을 생각하면 이러한 조치가 일정 부분 이해된다.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 사회 모든 부문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당위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가짜뉴스 현상이 발생하고 확대됨에 있어 우리 언론에 작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을 포함해 그동안 행정부와 입법부가 내놓은 많은 가짜뉴스 관련 조치와 계획은 실현 가능성에 있어서 동일한 비판과 물음을 하게 만든다. 먼저 가짜뉴스의 개념화다. 가짜뉴스를 정의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그 범위는 어떻게 되는가? 어디까지가 가짜뉴스고 오보인가? 다른 생산자들이 많음에도 가짜뉴스는 언론이 만든다는 프레임이 공고한 현실에서 가짜뉴스와 오보를 명확히 구분해 조치할 수 있나? 더 근본적으로 언론사를 가짜뉴스 조치 대상에 넣는다면 언론의 자유가 위협받을 위험은 전혀 없는가?
다음으로 기존 언론 관련 규제의 활용이다. 충분하진 않지만 언론중재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이 언론과 관련해 행정규제를 하고 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인터넷신문위원회 등도 언론에 대한 자율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언론의 가짜뉴스 관련 조치는 이들 기관 및 기구가 실시하는 것이 더 전문적이고 효율적이지 않나? 현재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더라도 다른 기관이나 기구를 새롭게 만드는 것, 다른 기관이나 기구가 새롭게 조치하는 것보다는 이들을 활용해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나? 새롭게 시행하는 조치가 언론기관 운영의 자유, 검열로부터의 자유 등 언론의 자유를 저해하는 위헌의 소지는 없는가?
제재 및 규제의 현실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전 조치를 제외하고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다양한 소셜플랫폼에서 유통되는 가짜뉴스를 손쉽게 찾아내는 방안이 있는가? 찾아냈다고 하더라도 가짜뉴스를 완전히 삭제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 새롭게 나타날 소셜플랫폼에 대해 선제적 조치가 가능한가? 국내 소셜플랫폼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해외 소셜플랫폼은 어떻게 적발과 조치를 강제할 수 있나? 소셜플랫폼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조치의 적정선은 어디까지인가?
이 밖에도 수많은 의문이 있다. 결국 핵심은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가짜뉴스에 대한 제재 및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법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이들 조치는 위헌으로 결정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가짜뉴스는 인류가 의사소통을 하면서부터 나타났다. 의사소통의 복잡해지고 그 수단이 수십 가지에 이르는 현실에서 가짜뉴스를 그야말로 뿌리 뽑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앞으로 가짜뉴스는 다양한 기술이 활용돼 진위를 밝히려면 수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가짜뉴스에 대한 강화된 제재와 규제는 당연하지만, 가짜뉴스를 근본적으로 없앨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에 행정부와 입법부의 가짜뉴스 관련 조치는 불가능한 가짜뉴스 퇴치가 아니라, 고품질 저널리즘의 결과물인 좋은 뉴스가 더 많이 생산되고 가짜뉴스보다 더 많이 노출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김위근(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언론학박사)
이 글은 데일리스포츠한국 <김위근 칼럼>에 게재됐습니다.